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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나라 - 유리명제와 대무신제

시이라 2004. 8. 24. 23:26
제 블로그에는 원래 보고 있는 만화까지 넣을 생각은 없었지만 (넘 많아서...^^ 아~ 귀차니즘)
요즘 고구려 역사 때문에 열 좀 받은 김에 하나 올리고자 합니다.
(고로 엉뚱하게도 이 코너에다가...)

'바람의 나라'는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역사 판타지물입니다.
정치와 인간들의 오해, 사리사욕... 거기에 더불어 신수(청룡, 백호, 주작, 현무 등)와 천녀, 그리고 죽은 자가 공존하여 돌아가는 세계...
하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인물들의 느끼는 감정과 고민이 현재의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볼수록 공감이 가는 공간입니다.

간혹 생각해봅니다.

곰이 변한 여인과 하늘의 신 사이에서 태어난 단군,

알에서 태어났다는 주몽,

상상으로만 그렸다고 하기에는 자세히 묘사되어있는 청룡,

그리고 섬세한 조각으로 살아있는 듯한 해태...
아득히 먼 우리의 땅에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던 이 모든 것이 실제로 공존하며 살아가고있지는 않았을까...
설화는 정말 거짓된 이야기인가... 아니면 우리가 믿지 못하는 또 하나의 진실인가...

(본 작품은 1992년 02월 18일에 연재를 시작하였으나 험난한 한국 순정만화의 현실 때문에 몇 번이나 휴재를 맞은 고난의 작품입니다. 그러한 사항이 마치 우리네 역사와도 같아 더욱 눈물이 나네요.
계속 작품을 만들어주고 계신 김진 작가에게 감사를...)

에..또... 근데 작품을 불펌을 하게 되어서 죄송하네요. ^^;;;

유리명제(榴璃明帝) - 유류(孺留)

본 작품은 시작은 유리명제의 치하부터 시작됩니다.
서기18년(유리명제37년)4월 비 오는 날 어린 여진황자가 강신(江神)을 따라 실종된 바로 그 날부터...

도절태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해명태자 역시 민심을 얻고 있음에 불안한 나머지, 아들에게 자살을 명령하였던 잔인한 왕 유리명제, 범인인 그 자신과는 달리 신수를 거느린 아들 무휼과 신기를 지닌 딸 세류를 두려워하였으며, 아비없이 부여에서 자라야했던 어린 시절의 아픔을 극복하지 못했던 그는 어쩌면 아주 외로운 사람이였는지도...
(하지만 난 그가 싫다... ==;;)

... 내가 아버지를 찾아
이 땅에 왔을 때, 아버지는
새 아내와 살고 있었다.
내가 후레자식 소리를 들으며
살고 있는 동안
내 자리에서 곱게 자란
그녀의 아들들과...

그럼에도, 내 아버지 주몽이
나를 태자로 삼아주겠다
약속하자, 그 여자와 아들들은
이곳을 떠나 대적할 나라를 세웠다.

아버지의 신하들은
내가 왕이어도
왕을 가르치려 들었고,
나는 늘...
아비없이 자란 후레자식
유리일 뿐이었다.
난, 늘, 어린 시절의
그 유리로 되돌아가지 않기 위해
내가 왕이라는 걸
끊임없이 깨닫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모두에게
내가 왕이라는 걸 끊임없이
가르쳐 주어야만 했다.

- 본문 중에서

대무신제(大武神帝) - 무휼(無恤)

형과 동생을 친아버지 때문에 잃어야했던 태자 무휼...
어린 나이에도 부여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주몽의 후손.
하지만 그가 정녕 강했던 걸까?
나라를 위해, 아버지를 위해, 백성을 위해,
어린시절부터 너무 커서 헐떡이는 투구를 눌러쓰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워야했던 그는...
차비 연에게만 상처를 치유 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연이는 너무나 일찍 무휼을 외톨이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왕이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과 형제들과, 가장 소중한 아들조차도 감싸 보호할 수 없는 왕이란 임무 속에서, 묵묵히 상처를 숨겨야만 하는 그...
그런 그를 어찌 유부남이라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 퍽!!!
아들을 죽여야했던 자신이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싶지 않아서, 연이 남긴 아들 호동이 너무나 소중하고 소중해서차마 품에 안아주지도 못했던 그를 주변에서는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습니다.
무휼은 왕이 된 후에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 되어버립니다.
호시탐탐 약점을 노리는 외척들과 주변국들, 그리고 차기태자자리를 놓고 일어나는 분쟁이 그를 그리 만들었지요.
결국 그의 가장 가까운 이해자이자 누나인 세류공주마저 그가 변한건지 어떤건지 몰라 방황하는데
아마 자신의 본질은 그 자신도 모르는게 당연하듯 무휼조차 모르고 있지 않을까싶지않네요
그래도 아들 호동과의 사이에 끼인살을 어떻게든지 피하고자... 노력하는 무휼에게 박수를...
무휼의 신수 청룡(女)입니다.
어린 연이와 무휼의 혼례식 (귀여워~)

무휼의 신수 청룡 (하안사녀)
그녀는 무휼이 유리명제가 죽을 때
비로소 용으로 승천합니다.
즉 무휼이 왕이 되었음을 의미하지요.
그전엔 이무기였단 소린데..
그 소리를 제일 싫어했다고 하네요. ^^
무휼이 태자였을 시기부터
그를 도와 부여의 신수 현무와 싸웁니다.
연아...
걱정 마라...
아무도 손 못 댄다.
내가 그리 한다고 하면
그리 되는 거야...
제 애비가 가진
신기 따위 그런 것 없어도
아이는 얼마든 큰다..
그런 것 없어
귀신과 놀지 못해도..
네 아이는 너를 닮아
예쁘고 착하지...
그러면 되는 거야...
오래오래 살며...
좋은 나라에
행복히 남아
피 묻지 않는 나라에서
하얀 백성들과 좋은 왕도 되고...
연...
너를 다시 보는 날에
내가 그 애가 잘 있노라고
말해줄 수 있게...
그러면 되는 거야...
또...
- 본문 중에서

작가가 말하는 무휼
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은 신라 1000년의 영광을 위해 고구려와 백제의 역사를 축소, 왜곡했다고 신채호 선생님은 말씀하시고 있다. 그 왜곡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이 '대무신왕'편인데, 그의 기록이 몹시 축소되었다는 것은 역사를 잘 모르는 나조차도 느낄 정도이다.
일단 나이대가 형편없이 맞지 않고, 삼국유사와 사기 서로 다른 부분까지 있는 것이다. 또한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대왕이나 신왕이라는 건, 어지간한 왕의 앞에 붙는 찬사도 아닐진대, 대무신왕이라 이름 붙여질 정도이 왕에 대한 기록이 이 정도일 리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고, 사실 신채호 선생님이 말한 '한'과의 9년 간의 전쟁을 한 장본인이 바로 그였다는 것이 이 작품의 기본 요지이다.
호동과 낙랑의 관계는 사실 그의 인생의 한부분일 뿐이고 그의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나는 권력을 가진 자들의 인간이나 사람에 대한 어떤 계산된 속성을 표현하고자 하지는 않는다.
나의 주제는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일생을 지배하게 될 필연적인 양심과 진실의 눈물에 있다. 화려한 치장,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권세는 긴 인생 중에 한번 입어보는 의상에 불과할 뿐 생의 전부는 아니다.
내 생각으로는 인생을 살아가는 어떤 목표란 늘 어떤 종류의 사람이었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에도... 그러므로 나는 그가 늘 울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의 눈물은 역사에도 쓰여 있다. 난 아버지로서 결국은 자기 아버지와 똑같은 길을 걸었던 그를, 그가 흘렸던 눈물과 함께 몹시도 오래 생각했었다.
그는 강하고 매력적이었지만 결코 행복할 수 없었다.
그의 의지는 그를 늘 불행하게 했었고, 그의 대왕과 신왕이라는 찬양의 이름 뒤에는 서글픔이 인지되었다. 그래서 난 그를 왕이어서 불행한 자로 사랑한다.
우리 역사의 잊혀진 부분, 신화의 시대에 존재하였던 가장 뜨거우면서도 가장 냉정했던 왕...
그리고 그럼으로써 내가 몹시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 그가 무휼이다.

<1993년 6월 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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